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

“남편은 세상 떠났지만…” 아들과 한국에 사는 베트남 새댁

0 1,960 2017.02.02 09:26


원문출처 : [오늘의 세상] “남편은 세상 떠났지만…” 아들과 한국에 사는 베트남 새댁

남편과 사별하고 꿋꿋이 한국서 사는 결혼 이민자들의 설맞이아르바이트·공장일 하며 시부모와 아이들 책임져… 사별·이혼 여성 36%가 “경제적 고통이 가장 커”. 시어머니 모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니까 자꾸 칭찬하지 마세요.”경남 창녕에 사는 베트남 출신 호티투(27)는 결혼 5년 만인 지난 2010년 여름 남편을 잃었지만, 6살 난 아들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호티투는 20일 “설에 시어머니, 아들과 함께 떡국을 먹으려고 떡을 샀어요”라면서 “떡국 먹어야 한 살 먹잖아요. 한 살 더 먹으면 더 열심히 살아야죠”라고 말했다.

마늘공장 냉동창고에서 일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1년간 병상에 누워 있다 숨진 뒤 호티투가 가장이 됐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야간 근무를 하고 한 달에 130만원을 번다. 틈틈이 파프리카 비닐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호티투는 “밤에 잠을 못 자고 부품 조립일을 하니까 온몸이 쑤셔요. 하지만 전 젊으니깐 괜찮아요. 부지런히 일해서 아이 공부도 시키고 ‘엄마(시어머니)’ 용돈도 더 많이 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지난 2008년 경북 안동으로 시집 온 흐엉(26)도 지난해 8월 남편이 숨진 뒤 남매를 키우면서 산다. 결혼소개소를 통해 만난 남편은 과수원을 하고 있었다. 일찍 부모님을 잃고 형제도 없이 혼자 산 남편은 흐엉을 아꼈고, 2009년과 2011년 민준, 예은 남매가 태어나면서 부부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남편은 떠났지만, 흐엉은 한국에 남기로 했다. 더 이상 돌볼 수 없어진 과수원을 6000여만원에 팔아 저금해둔 뒤, 동네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한 달에 120만원을 벌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남편 얼굴도 몇번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시집왔던 외국인 여성들이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한국에 남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설을 맞아 귀성 행렬이 줄을 잇지만, 이들은 제2의 고향인 한국에 남아서 아이들과 시부모와 함께 설을 보낸다.지난 16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의 한 떡집에서는 특별한 요리 교실이 열렸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 14명이 설에 쓸 떡국용 떡을 뽑고, 저마다의 떡국 만드는 비법을 나눴다. 이들 중 7명은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했지만, “나도 이제 한국인”이라며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떡 만드는 법 배워요” –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6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의 한 떡집에 모인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떡국용 떡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김은진(왼쪽에서 세 번째)씨는“올해는 시댁 식구들에게 더 맛있는 떡국을 대접하려고 열심히 배웠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행복센터 제공지난 2006년 남편이 심장마비로 숨진 뒤 공장을 다니며 아들 태현(11)군을 기르고 있는 필리핀 출신 김은진(41)씨도 열심히 떡을 만들었다. 김씨는 “필리핀 이름 ‘알 비엣 벨몬데’는 버렸어요. 전 이제 한국 사람이니까요”라면서 “올해는 시댁 식구들에게 더 맛있는 떡국을 대접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요”라고 했다.

남편을 잃고 혼자된 외국인 여성들의 한국 생활이 쉬운 것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강원도 횡성군에 사는 가와바타 후미코(41)는 결혼 10년 만인 지난 2007년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당시 38세)을 잃었다. 농사를 짓던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쪼개 삼남매를 키우고 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시어머니 약값을 대면서 어려운 살림을 꾸렸던 후미코에게 남편의 죽음은 청천벽력같았다. 남편이 숨진 후 후미코는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다문화센터 방문지도사로 일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지만 월 1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어 정부가 지원하는 생활보조금은 20만원뿐이다. 그는 “생활이 어렵고, 남편도 떠났지만, 남편의 나라 한국을 떠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집에 따르면 이혼이나 사별을 해 배우자가 없는 여성 결혼이민자 5993명을 대상으로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36.4%(2180명)가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먼저 꼽았다. 16.6%(994명)는 친척 등이 없어서 외롭다고 했고,10.5%(628명)는 자녀 양육과 교육이 힘들다고 응답했다.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부나 시민단체 등은 가정 폭력이나 학대 등을 당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라며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한 뒤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하는 이주 여성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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