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

다문화 가족의 곤란

0 1,590 2017.02.02 09:27
1995년 필리핀 의대에 다니던 열여덟 살 바쿠어나이 자스민은 한국인 항해사를 만나 결혼해 서울에 왔다. 영화계 사람들은 그를 ’1000만 배우’라고 부른다. 그가 딱 두 차례 출연한 영화 ‘완득이’와 ‘의형제’가 합쳐서 1000만 관객을 모으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자스민은 ‘완득이’에선 필리핀 결혼 이주 여성을, ‘의형제’에선 베트남 이주 여성을 연기했다. ‘완득이’에서 남편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엄마, 나라가 가난해서 그렇지 배울 건 다 배운 여자다.”

▶자스민의 본업은 서울시 공무원이다. 서울시 ‘외국인 여성공무원 1호’로 자신과 같은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는 방송 출연, 번역, 강연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결혼해 이주해온 외국인 여성들도 남 못지않은 능력이 있다는 걸 주변에 일깨우기 위해서다.

▶자스민의 친정은 필리핀에서 편의점을 했으니 꽤 유복한 편이었다. 띠 동갑 남편과 필리핀에서 올린 결혼식에 시댁 식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에 왔더니 시댁은 시할머니와 시부모에 시동생까지 3대가 한 울타리에서 살고 있었다. 자스민은 한국어를 존댓말부터 배웠다. 남편은 늘 “당신이 못하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라며 아내의 등을 두드려줬다.

▶자스민은 그런 남편을 재작년 여름 잃었다. 남편은 강원도에 가족 물놀이를 갔을 때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자스민은 졸지에 두 아이의 가장이 됐다. 남편이 자신을 응원했듯 자스민은 낯선 나라에 와 여러 장벽 속에 살아가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에 나섰다. 그는 주변의 이주 여성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나도 언니처럼 한국 영화에 출연할 수 있나요?” “나도 열심히 하면 자스민처럼 공무원이 될 수 있겠네.”

▶한나라당이 4월 총선에서 결혼 이주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 후보로 자스민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몽골 출신 이주 여성이 도의원이 된 적은 있지만 국회 비례대표로 거론되는 것은 처음이다. 해마다 2만5000명 넘는 외국인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무슨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넘어서고 있는지 돌아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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